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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스위스

유럽 여행 #41 / 스위스 융프라우 / 융프라우 트래킹 #1(클라이네 샤이덱~벵엔)

by 참새∂ 2021. 1. 9.

융프라우 전망대에 신라면을 팔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개로 자욱한 융프라우요흐를 뒤로한채 음식점을 찾아 전망대 안 건물을 돌아다닌다.

사람들이 많이 걸어가는 곳으로 가다보니, 우연히 음식점을 발견하게 된다.

매점 인근에 관광객들이 서서 라면을 먹고 있다. 옷차림을 보아하니 대부분이 한국인인듯.

매점에 신라면 컵라면 하나를 주문한 후, 물을 부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선다.

패키지로 여행온 사람들과 함께 신라면을 하나씩 잡고 후후 불어 먹는다.

추운 곳에서, 그것도 해외에서 따뜻한 컵라면 하나를 먹으니 꿀맛이다.

무료라길래 하나 챙겼던 융프라우 방문 기념 여권.

스위스 융프라우의 역사 등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신라면을 먹고 속을 덥힌 다음, 마지막으로 전망을 다시 한번 보고 내려가기로 한다.

여전히 안개속에 파묻혀버린 융프라우.

이제 다시 기차역으로 이동해 기차를 타고 클라이네 샤이덱으로 이동한다.

클라이네샤이덱에 가기 전에 한번 정차하는 아이거 글레처 역.

구름이 아까보다 많이 걷히고 멋진 설산이 그 모습을 조금 드러내 기차에서 내려서 사진을 찍는다.

 

철길 가운데에 있는 톱니 덕에 기차가 미끄러지지 않고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아이디어 하나덕에 스위스가 철도 강국이 될 수 있던거 같다.

다시 내려온 클라이네 샤이덱.

우선 주변 풍경을 구경해본다. 각종 호텔들과 식당, 그리고 멋진 풍경들이 가득한 장소.

기차길 옆으로 길게 뻗어있는 트래킹 코스가 눈에 들어온다.

뱅엔까지 걸어가서 그곳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가면 걸리는 시간을 어림잡아 계산해보니, 패키지 버스를 탈 약속시간에 늦지 않을 듯 하다.

왠지 저 아래 좁은 길이 자전거를 타는 코스인듯.

끝없이 내리막인 길이라서 자전거를 타면 꽤 재미있을 듯 하다.

실제로 기차에 자전거를 끌고와 이 드넓은 언덕을 자전거로 내려가는 관광객들이 자주 보인다.

결국 풍경을 걸으면서 느껴보기로 하고, 트래킹을 하기로 마음 먹는다. 

철도 옆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표지판에 써 있는 뱅엔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한시간 반.

신나는 마음으로 잘 포장된 길을 걷는다.

마침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아 그리 춥지 않은 날씨를 즐긴다.

높은 고도에 넓은 잔디밭을 보고 있으니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다만 구름이 많아서 아쉬울 따름.

플라시보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공기가 맑아서 상쾌한 느낌이 든다.

이 끝없는 초원을 기차를 타고 와서 자주 볼 수 있는 유럽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내가 스위스 사람이면 트래킹을 자주 하고 다녔을텐데..

날씨가 안좋아서 그런건지, 트래킹 길을 따라 걷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전세라도 낸 듯 이 멋진 길을 덕분에 조용하게 걷는다.

 

 

말없이 길을 따라 걷는 중에 어느 멋진 작은 호수 하나를 만난다.

비가 와서 그런지 몰라도 약간 탁한 모습. 그래도 멋진 설산의 반영을 담을 수 있어 반가웠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풍경이 매력적이다.

사진기을 들고가며 거의 무빙샷을 하듯이 계속 찍으면서 길을 따라 내려간다.

여름에 오지 않고 겨울에 방문했으면 겨울왕국 그 자체였을 거 같다.

다시 걷는 와중에 온 산에 딸랑딸랑하는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 주변을 둘러보니, 소를 키우는 목장이 있고 소들이 자유롭게 방목되어 있다.

귀를 움직일 때 마다 맑은 종소리가 뒷산에 반사되어 메아리로 돌아와 귓가에 맴돈다.

이 넓은 곳에서 행복하게 자란 소들의 우유로 만든 초콜릿 덕에 스위스 초콜릿이 유명해진듯..

이곳의 소가 참 부러운 순간이다. 매일 이런 풍경을 보다니..

 

멀리 목장 주인의 차로 보이는 듯한 차가 지나간다.

대부분의 융프라우 산맥을 따라 형성된 마을에는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가 아니면 들어오지 못한다고 한다.

일직선으로 된 길 끝에 이런 구불구불한 길이 있다.

가로질러서 가고 싶지만 생각보다 보이는 것과 다르게 경사가 급해 길을 따라 돌아내려간다.

나무가 우거진 숲속을 향해 들어가는 길.

내리막길이라 좋긴 한데, 계속 내리막을 걷다보니 무릎과 발목에 부담이 간다.

숲속의 풍경.

자욱한 구름들 덕에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영화 해리포터에서 한번 봤을법한 숲의 모습

현재 걷고있는 길이 맞는가 싶을때 쯤에 한번씩 이정표가 나온다.

다행히 벵엔으로 잘 향하고 있는 듯.

꾸준히 내리막이 나오다가 오르막도 중간중간에 보인다.

멀리 보이는 산 중턱에도 마을이 하나 보인다. 저곳이 뱅엔일까 하는 생각에 힘이 더욱 난다.

글을 쓰는 현재 시점에서 봤을땐 뮤렌 같기도..?

무튼 이날은 시간이 없어서 뮤렌 마을에 올라가질 못했다. 다음에 꼭 가봐야지..

기차로 이동했던 벵엔에서 클라이네샤이덱 구간이 짧게만 느껴졌었는데, 막상 이렇게 트래킹을 하며 걸으니 정말 긴 거리라는걸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된다.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1/3~1/2 가량은 온 듯하다. 더욱 힘을 내서 벵엔을 향해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