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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전라도

전북 겨울 여행 코스 / 전북 정읍 가볼만한곳 / 정읍 내장사 겨울 설경

by 참새∂ 2022. 12. 26.

 

겨울에 본격적으로 한바탕 폭설이 쏟아지고 나면 많은 시민들이 꽉 막힌 도로 때문에 큰 불편을 겪게 된다. 이 때문에 직장인인 우리 성인들은 아무래도 예전 어릴 때만큼이나 눈을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아마 눈을 불청객처럼 생각하고 살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눈이 온다고 해서 마냥 싫어하기보단 가끔은 삶의 여유를 찾기 위해 일부러 눈이 많이 온 지역을 여행하는 것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이 포스팅에선 얼마 전 폭설이 내려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린 전북 정읍의 명산인 내장산의 천년 고찰 내장사를 다녀오게 되었다. 작년 겨울 즈음에 가장 웅장했던 건물이었던 대웅전이 방화 사건으로 인해 전부 불타버려 많은 불교 신자들의 안타까움을 샀던 곳이 바로 이곳 내장사이다. 그때 당시 사건 이후로는 과연 어떤 겨울 풍경을 가지고 있을까.

 

정읍 내장사 겨울철 방문 정보

  • 주소: 전북 정읍시 내장산로 1253
  • 입장료: 1인당 4,000원
  • 내장산 내부 주차 가능

아무래도 겨울철에는 가을철에 비해 등산을 위해서 방문하는 사람들이 무척 적은 편이다보니 시장통이던 가을철 내장산의 풍경과는 다르게 길가에 여유가 넘친다. 전문적으로 겨울 등반을 위해서 장비를 챙겨 오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눈이 많이 오고 난 다음에는 사람들이 없어 도로에 제설만 되어 있다면 내장사 인근에 있는 작은 호수가 있는 우화정 인근까지 충분히 차로 진입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제설이 잘 되지 않은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차를 두고 걸어서 가야 할 수도 있으니 날씨를 잘 확인하고 제설 여부를 내장산 관리사무소 등에 문의한 뒤 방문해 보도록 하자. 

 

멋진 내장산의 설경

대설주의보 이후 어마어마하게 쌓였던 눈이 며칠이 지나고 조금씩 녹아내리던 순간에 방문했던 터라 다행히 도로에 있는 눈들은 두껍게 쌓여있진 않았고 제설이 어느정도 된 상태로 차량의 통행이 가능했다. 가을철이라면 길게 줄을 서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이나, 케이블카를 타고 산 위로 오르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많은 인파들이 하나도 없어 다소 어색하기까지 한 겨울철의 내장산 모습은 조용하면서도 신비롭기까지 한다. 

 

소복하게 쌓여있는 눈들을 뚫고 겨울철에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누군가가 눈을 열심히 치우며 길을 만든 흔적이 역력하다. 이미 한창 눈이 쌓인 멋진 내장산과 내장사의 모습을 눈에, 그리고 카메라에 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길 위에 눌려 있는 발자국이 많이 보인다.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나뭇가지 위에 눈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걸 보면 설국이 끝나진 않은 모양이다.

 

작은 연못에 헤엄치고 다니던 붕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연못이 얼어버린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어린 아이처럼 눈이 하얗게 쌓여있는 연못을 밟으며 나만의 흔적을 남겨보고 싶었지만 혹여나 얼음이 깨질까 봐 싶어 마음속으로만 상상해보기로 한다. 

 

내장사 내부 역시 간밤 사이에 많이 내려버린 눈을 피할 순 없었는지 넓은 공터에 눈들이 한가득 쌓여버렸다. 치워지지 않은 쌓인 눈을 밟으면 발목까지 올라올 정도. 강릉에 거주했었던 2010년대 중반 당시 2m 넘게 쏟아졌던 눈을 생각하면 그냥 조금 온 수준의 눈이지만 오랜만에 눈 구경을 제대로 하니 이만한 호강이 없는 것 같다. 

 

눈들이 많이 내려서 그런지 하늘에 미세먼지가 많이 없는 상태로 쾌청한 하늘을 보여준다. 다만 기온은 극도로 떨어져 체감온도는 영하 15도를 돌파했을 당시에 이곳 내장사에 방문하게 되었다. 그저 관계자분들 몇분만 내장사 인근을 관리하시며 돌아다니느라 만들어내는 발자국 소리를 제외하곤 다른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고요하기만 했다. 역시 화려하지만 어마 무시한 인파가 몰리는 가을철의 내장산보단 이렇게 한가롭게 사색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겨울철의 풍경이 나는 좋다. 

 

본래 대웅전이 우뚝 서 있어야 할 공간에 아쉽게도 작은 컨테이너로 급하게나마 마련된 법당이 눈길을 끈다. 있을 땐 잘 몰랐는데 대웅전의 기운이 내장사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었던 모양이다. 있어야 할 건물이 없으니 무척 허전하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작년 당시의 화재가 벌써 4번째의 화재였다니, 나중에 다시 대웅전이 건립되고 난 이후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내장사 인근 건물들에 쌓여있는 눈을 바라보면서 걷고 있으니 몇몇의 등산객분들이 저마다 다양한 장비를 착용한 채 등산을 즐기러 등산로를 따라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눈이 많이 왔음에도 보다 더 멋진 절경을 보기 위해 고행길을 선택하다니, 심지어 나이도 지긋한 분들이 큰 배낭을 메고 올라가는 걸 보고 있으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는 눈이 많이 와서 평지를 걷기에도 빠듯한데.. 

 

짧지만 눈호강을 제대로 했던 내장사의 설경 구경을 마치고 다시 차로 되돌아간다. 눈이 제법 많이 쌓여 있으니 겨울철의 내장산 풍경이 가을철의 화려한 단풍의 내장산과 비교했을 때 크게 꿇리는 게 없는 멋진 풍경이었다. 눈이 많이 오고 난 뒤의 멋진 설국 여행을 해 보고 싶다면 일기예보를 잘 보고 있다가 정읍에 눈이 많이 온 다음날, 이곳 내장사에 꼭 들러서 멋진 설경을 구경해 보도록 하자.